블루그래스의 다섯 줄 밴조, 애팔래치아 산맥이 만든 음악

다섯 줄짜리 악기에서 시작된 음악

다섯 번째 짧은 줄

밴조는 보통 다섯 줄을 가진다. 네 줄은 기타처럼 끝까지 길게 이어지지만, 한 줄은 짧다. 다섯 번째 줄이라 부르는 이 짧은 줄은 헤드의 5번째 프렛 자리에서 시작해 다른 줄과 같은 위치에서 끝나며, 일반적으로 다른 줄보다 한 옥타브 높은 음으로 조율된다. 처음 밴조를 손에 잡은 사람이 가장 먼저 당황하는 부분이 바로 이 한 줄이다. 다른 어떤 현악기에도 없는 이 짧은 줄이 밴조의 모든 소리를 결정한다.

다섯 번째 줄이 있어서 밴조 연주자는 한 손가락만으로도 끊임없이 흐르는 고음을 만들어낼 수 있다. 엄지손가락이 이 짧은 줄을 반복적으로 튕기면서 일정한 리듬을 깔아주는 동안, 검지와 중지가 다른 네 줄에서 멜로디와 화음을 짜낸다. 그 결과로 만들어지는 소리는 한 사람이 연주하는데도 두세 사람이 동시에 연주하는 듯한 밀도가 생긴다. 블루그래스 음악이 빠르고 화려하게 들리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애팔래치아 산맥과 두 대륙의 만남

밴조는 한 대륙에서 다른 대륙으로 건너오면서 모양을 바꿔온 악기다. 가장 오래된 형태는 서아프리카에서 만들어진 박 모양의 동체를 가진 현악기로, 줄을 손가락으로 튕겨 연주하는 방식이 미국 남부의 노예 공동체로 이어졌다. 19세기 미국에서 이 악기에 다섯 번째 짧은 줄이 더해지고, 동체가 둥근 나무 틀로 바뀌면서 오늘날 우리가 아는 다섯 줄 밴조의 기본 형태가 자리 잡았다. 같은 시기에 미국 남부의 다른 항구 도시에서는 뉴올리언스 재즈가 또 다른 흑인 음악 전통의 결과물로 자라나고 있었으니, 한 시대의 미국 음악이 동시에 여러 갈래로 갈라져 흘렀다는 사실을 함께 기억할 만하다.

이 밴조가 애팔래치아 산맥의 작은 마을들로 들어가면서 또 한 번의 변화를 겪었다. 17세기 후반부터 19세기까지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잉글랜드 북부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사람들이 애팔래치아 산자락에 자리 잡으면서, 그들이 가져온 피들 음악과 발라드 전통이 흑인 공동체의 밴조 연주와 만났다. 두 음악 전통이 같은 산맥의 작은 마을 안에서 수십 년 동안 섞이고 변형되면서 만들어진 것이 곧 올드 타임이라 부르는 산악 음악이며, 이 음악이 다시 한 단계 정교화된 형태가 블루그래스다. 노스캐롤라이나 일대의 산악 마을이 어떻게 이 음악의 토양이 되었는지에 관해서는 블루리지 국가유산지역의 자료가 가장 인물 중심으로 정리해 두었다.

빌 먼로의 켄터키, 그리고 1945년 12월의 무대

블루그래스라는 장르의 이름 자체는 한 사람의 밴드 이름에서 나왔다. 켄터키 출신 만돌린 연주자 빌 먼로가 1939년에 결성한 밴드 이름이 블루 그래스 보이즈였고, 켄터키 주의 별명인 블루그래스 스테이트에서 따온 이 이름이 그대로 한 음악 장르의 이름이 되었다. 먼로는 산악 음악과 컨트리, 가스펠, 흑인 노동요에서 흡수한 요소들을 합쳐 빠르고 단단한 그루브의 음악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 음악이 지금 우리가 듣는 블루그래스의 형태로 완성된 데에는 또 다른 한 사람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1945년 12월 8일 그랜드 올 오프리 무대. 21세의 노스캐롤라이나 출신 청년 얼 스크럭스가 빌 먼로의 밴드에 새 밴조 연주자로 데뷔했다. 그가 무대에 올라 세 손가락을 사용한 새로운 밴조 주법을 들려준 그 순간이, 블루그래스 음악의 역사에서 한 시대가 시작된 자리로 기록된다.

스크럭스 스타일이라는 주법

얼 스크럭스가 무대에 올리기 전까지, 다섯 줄 밴조는 보통 두 가지 방식으로 연주되었다. 손바닥 전체로 줄을 쓸어내리는 클로해머 방식, 그리고 엄지와 검지 두 손가락만 사용해 단순한 패턴을 반복하는 두 손가락 방식이다. 이 두 방식 모두 따뜻하고 소박한 소리를 만들지만, 빠른 곡에서 멜로디를 분명하게 들려주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스크럭스는 엄지와 검지, 중지 세 손가락을 모두 사용해 일정한 굴림 패턴을 만들었다. 이 패턴은 8분음표의 연속된 흐름을 매끄럽게 이어가면서, 그 안에 멜로디 음을 자연스럽게 배치한다. 한 번에 여러 줄을 빠르게 굴리듯 튕기는 방식이라 롤이라 부르며, 포워드 롤, 백워드 롤, 포워드 백워드 롤 같은 세부 종류가 정리되어 있다. 이 굴림이 매끄럽게 흐르면 두 사람이 연주하는 듯한 두꺼운 소리가 나오고, 한 곡 안에서 빠른 멜로디와 화성 반주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스크럭스가 이 주법을 처음 발명한 것은 아니다. 그가 자라난 노스캐롤라이나 클리블랜드 카운티 일대에는 스너피 젠킨스 같은 선배 연주자들이 이미 세 손가락 굴림을 시도하고 있었다. 다만 스크럭스가 이 방식을 끝까지 정교하게 다듬어 무대에서 완성도 높게 들려주었다는 점, 그리고 그것을 라디오와 음반으로 전국에 전파했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주법의 원형을 직접 들어보고 싶다면 스미스소니언 폴크웨이스가 1957년에 묶어낸 아메리칸 밴조 음반이 좋은 출발점이 된다. 스크럭스의 형 주니와 스너피 젠킨스의 연주가 함께 수록되어 있어 주법이 형성된 토양을 귀로 확인할 수 있다.

플랫과 스크럭스의 시대

1948년 스크럭스는 동료 기타리스트 레스터 플랫과 함께 빌 먼로의 밴드를 떠나 플랫 앤 스크럭스를 결성했다. 두 사람이 이끄는 포기 마운틴 보이즈는 1950년대와 1960년대 미국 컨트리 음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밴드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그들이 작곡한 포기 마운틴 브레이크다운은 1967년 영화 보니 앤 클라이드의 사운드트랙에 사용되어 블루그래스 음악을 처음으로 전 세계 영화 관객에게 들려준 곡이 되었고, 같은 시기에 그들이 연주한 더 발라드 오브 제드 클램펫은 텔레비전 시트콤 비벌리 힐빌리즈의 주제곡으로 1962년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올랐다.

오늘의 블루그래스, 오늘의 밴조

스크럭스 스타일은 블루그래스 밴조의 기본 문법이 되었지만, 그 이후로도 밴조 주법은 계속 확장되어 왔다. 1960년대에 빌 키스가 개발한 멜로딕 스타일은 음계의 음 하나하나를 다른 줄에서 골라 연주해 피들 멜로디를 그대로 옮길 수 있게 해 주었고, 1970년대에 토니 트리시카와 벨라 플렉 같은 연주자들이 재즈와 클래식의 어휘를 끌어들이면서 밴조의 표현 범위를 크게 넓혔다. 오늘날의 밴조 연주자들은 스크럭스 스타일을 기본으로 익힌 뒤, 자기 음악의 방향에 따라 클로해머, 멜로딕, 싱글스트링 같은 여러 주법을 자유롭게 오간다.

밴조를 처음 배우려는 사람이라면 스크럭스 스타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가장 보편적인 길이다. 포워드 롤이라는 한 가지 굴림 패턴을 손에 익히는 데 보통 한두 달이 걸리고, 그 패턴이 손에 자연스럽게 박히면 비교적 빨리 간단한 곡을 연주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한다. 그 다음 단계가 어렵다. 한 가지 굴림에서 다른 굴림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흐름, 그 흐름 안에 멜로디 음을 정확히 배치하는 감각, 박자를 잃지 않고 한 곡을 끝까지 흔들리지 않게 끌고 가는 호흡은 모두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다.

밴조가 깔리는 한 곡 안에서

전형적인 블루그래스 밴드는 다섯 가지 악기로 구성된다. 만돌린, 피들, 기타, 베이스, 그리고 밴조. 각 악기는 한 곡 안에서 솔로를 한 번씩 돌아가며 맡고, 솔로가 끝나면 다시 합주로 돌아온다. 밴조의 솔로 차례가 오면 다른 악기들은 음량을 줄이고, 밴조의 굴림이 곡의 중심으로 올라온다. 그 짧은 몇 마디 동안 밴조 연주자는 자기 손끝의 모든 기술을 집중해 한 차례의 굴림을 펼친다. 빠르면 분당 200비트가 넘는 속도로 흐르는 그 굴림 안에서 한 음도 흐려지지 않게 들리도록 만드는 것이 좋은 밴조 연주자의 기준이다.

밴조의 음색은 한 번 들으면 잊기 어렵다. 금속 줄이 동물 가죽 또는 합성 헤드에 진동을 전달하면서 만들어지는 그 밝고 단단한 소리는 다른 어떤 현악기와도 헷갈리지 않는다. 그 음색 자체가 애팔래치아 산맥의 작은 마을, 흑인 노동자들의 박 모양 악기, 스코틀랜드 발라드 가수들의 흐릿한 기억이 모두 합쳐진 결과물이다. 같은 남부 음악의 한 갈래인 웨스턴 스윙이 텍사스 평원의 카우보이 댄스홀에서 자라났다면, 블루그래스는 그보다 동쪽의 산악 지대에서 자라났다는 점에서 출발 지형부터 달랐다.

다섯 줄짜리 작은 악기 하나가 두 대륙의 음악적 유산을 한 손바닥 위에 모아 놓는다. 그 손바닥에서 흐르는 빠른 굴림이 한 세기 가까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흘러나오는 이유는, 그것이 단지 빠르고 화려한 음악이어서가 아니다. 그 안에 산맥의 풍경과 강가의 노동요와 이국의 발라드가 모두 살아 있기 때문이다. 한 번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면, 다섯 번째 짧은 줄이 만들어 내는 한 옥타브 높은 그 음 하나가 한 지역의 모든 역사를 짧게 압축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